1시간에 패티 200개 뚝딱…'주방로봇 첫 양산' 역사 쓴 에니아이 [긱스]

입력 2024-01-07 08:35   수정 2024-01-08 18:48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조리에 특화한 로봇을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직접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양산에 나서는 회사가 있습니다. 대기업도 아닌 스타트업 에니아이입니다. 황건필 에니아이 대표는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며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았다"고 하는데요. 한경 긱스(Geeks)가 1200만달러(약 157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 A 투자유치를 마무리하고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는 황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1시간에 햄버거 패티 200개를 조리하는 능력자가 있다. 일정한 온도와 두께로 1분 만에 패티 양면을 구워낸다. 주방로봇 스타트업 에니아이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 '알파 그릴'이다. 비전 센서를 이용한 카메라로 패티의 굽기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몇 년 사이 서빙 로봇이 확산하면서 주방로봇 시장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산업용 로봇팔을 가져와 치킨이나 피자 조리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에니아이는 조리에 특화된 로봇을 개발했다. 스타트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올해 주방로봇 양산에 들어간다.
세계 최초 주방로봇 양산
황건필 에니아이 대표는 최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리에 특화된 로봇을 양산하는 것은 에니아이가 최초"라며 "유·수증기에 노출되는 고온의 주방에서 사람만큼 성능을 내며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만드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달 인천 부평의 600평 규모 생산 공장에서 알파그릴 양산을 시작한다. 연간 500~1000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롯데리아, 크라이치즈버거 등에 납품 계약을 완료하며 이미 3년간 생산 물량을 확보했다.

시제품도 없이 설계 도면만 들고, 고객사 영업을 뛰었다. 크라이치즈버거와 롯데리아에서 음식 재료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제품 성능을 고도화했다. 황 대표는 "보여주기용이 아니라 실제 매장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할 때까지 3년이 걸렸다"며 "다른 기업이 뛰어든다고 해도 3년의 기술격차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는 돈이 없는데...인재 영입이 최대 난제"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AI·인지시스템 분야 공학 박사 학위를 받는 황 대표는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에서 사업성을 발견했다. 그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산업부터 로봇이 도입되기 시작했다"며 "제조업, 물류에 이어 요식업에서도 큰 시장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로봇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그는 가장 먼저 후배인 지민수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공동 창업을 제안했다. 둘은 2013년 KAIST 연구실에서 창업한 오비이랩 창립 멤버로 초기 개발을 맡았다.

황 대표와 지 CTO를 포함해 KAIST 출신 로봇제어, 설계, AI 인지 기술 전문가 5명이 2020년 7월 에니아이를 공동 설립했다. 이들은 각각 로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었지만 직접 제조생산을 해본 경험은 전무했다. 황 대표가 생산팀을 이끄는 여승균 테크리드를 영입하는데 공을 들인 이유다.

여 리드는 삼성전기에 납품하는 자동화 설비를 생산하는 성우테크론에서 생산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황 대표는 2021년 첫 만남에서 5시간 넘게 에니아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얘기했으며, 이틀 뒤 부산 출장길에 대구역에서 내려 근로계약서를 들고 여 리드를 다시 만났다.

다음은 판로 개척이었다. 2022년 6월 비즈니스팀을 이끌 이용권 CBO(Chief Business Officer)를 영입했다. 그는 네슬레를 비롯해 여기어때, 클럽메드, 티몬, JW 메리어트, 힐튼 등 다양한 식음료 회사에서 수십년간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주도했다.

지난해 초 시드 투자라운드를 앞두고 서빙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 출신 황지영 마케팅 매니저까지 합류했다. 황 대표는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돈이 없을 때 좋은 분을 모셔 오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며 "팀원 결성이 성공의 8할이라는 생각으로 푸드와 테크 경험이 모두 있는 인재를 찾을 때까지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프리 A 투자유치로 미국 진출 본격화
황 대표는 투자받는 데도 신중했다. 그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검증한 상태에서 투자받고 싶었다"며 "투자금도 없이 그야말로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았다"고 했다. 실제 창업경진대회 상금, 팁스(TIPS) 등 정부 과제를 통해 운영비를 조달하며 외부 투자 없이 2년 넘게 버텼다.

회사는 지난해 초 롯데벤처스와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300만달러(약 4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1년 만인 이달 1200만달러(약 157억원) 규모로 프리 시리즈 A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기존 투자자인 캡스톤파트너스 외에 SV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미국 VC 이그나이트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 애초부터 햄버거 본고장인 미국 시장을 겨냥해 2022년 말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했다. 시드 라운드부터 글로벌 계약서로 투자받아, 해외 VC가 들어오는 데 걸림돌이 없게 했다.

에니아이는 조리 로봇을 파는 대신 월 181만5000원 구독료를 받고 대여한다. 프랜차이즈 고객을 '록인'해 전 세계 햄버거 매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의 프랜차이즈 두 곳에서 제품의 성능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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